권xx를 만나기 두어 달 전,
어느 날 금불상과 바스키아 그림을
가져온 안상x는 나에게 두 가지
예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릴 곳을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금불상의 가치는 20억을 훌쩍 넘으며
바스키아의 그림은 두 점이 있는데,
한 점당 10억까지는 아니어도 7~8억은
된다고 했다. 이미 이 사무실에 많은
치장들에 입이 쩍 벌어져 있던 나는
그 어떠한 의심도 못 한 채 안상x가 말하는
모든 부분을 자연스레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시 가장 가깝게 일을 보고 연락을 하던
선배에게 부탁드려 금불상과 그림을 담보로
총 5.5억 원의 자금을 융통해 주었다.
그러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안상x는
선배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하더니 잠수를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안xx를 보려고 성수동
사무실에 찾아온 선배를 피해 뒷문으로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5.5억 원은 안상x의 주머니에 들어간
채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피해를 본 원 주인
권xx와 나의 선배분, 그리고 나까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자리에 모였다.
안상x 불상과 바스키아의 원 주인 권xx는
위원장과는 오랜 형동생 사이라고 했다.
그리고 위원장이 실제로 운동권에서 대단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문 정권 때는 총선 때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사만 해도 수십억씩 돈을
거둬들였다고 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서
거둬들였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문 정권 시절이 그에게는 전성기였다고 했고,
이재명이 정권을 잡는다면 아마 그 전보다
더 큰 전성기가 올 거라고도 했다.
이 얘기를 들으며 위원장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전부 거짓이라고 생각하던 중 권xx는
분위기를 반전시켜
“이때까지만 해도 위원장이 참으로 큰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말로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시작은 금불상과 바스키아 그림에 대한 이야기부터였다.
안상x가 위원장을 통해 바스키아 그림과 금불상을
팔 수 있다고 하여 안상x에게 위탁판매 명분으로
전달했는데, 안상x가 위탁판매 예약된 것에 대한
계약금이라며 4천만 원만 준 채 두 달째 “판다”고
하면서도 판매 대금도 가져오지 않고, 그렇다고
불상도 가져오지 않아 앉아서 손해 본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림과 불상에 대해 도난이나
분실 신고를 해보려 했으나 본인이 직접 안상x에게
전달해준 것이라 그마저도 안 되고, 안상x를 사기나
횡령으로 고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고소를 해놓았다는 말과 함께. 권xx는 선배분이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소유권이
명확하게 이동한 상황이라 본인이 억지로 달라고
떼쓸 수는 없으니 다시 본인에게 같은 값을 주고 사고
싶다는 말까지 전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상황이 매우 이상했다. 물건의 원래 주인과 현 주인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 한쪽은 물건을 잃었고 다른
한쪽은 돈을 잃었다.
그리고 양쪽 모두 그 물건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권xx는 꽤나 훌륭한 달변가였다. 셋이 합쳐서
100마디를 했다면 아마 권xx 혼자 80마디는
한 듯했다.
안상x의 사무실에 있던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에
대한 스토리도 마치 미리 준비해놓은 것처럼 신나게
설명을 이어갔다. 권xx는 그 호박이 장 위원장의
부탁에 의해 본인이 가져다 놓은 것이며, 그 작품은
위작이라고 했다. 그리고 진품으로 알려진 호박 위작의
용도는 장 위원장의 횡령을 가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A장학재단에서 50억을 횡령한 장 위원장이
그 사실이 드러날 듯하자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평소
미술품 관련하여 관계가 깊던 권xx에게 전화를해 50억
가치의 미술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봤고,
그것에 대한 위작을 하나 가져와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 호박도 위작이지만 3천만 원에 사 온
것이었다. 장 위원장은 호박 그림을 하나 금고에
숨겨놓고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50억 원 횡령한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며, 호박 그림을
담보로 대여금이 나간 것이라고 꾸며놓은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상x의 사무실에 걸려 있던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또한 진품이 아닌 위작이며,
또 다른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 또한 위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그림들 역시 권xx가 구해준 것들이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모든 것이 거짓인 상황이었다.
위작으로 꾸며진 사무실에 (실상은 사무실 월세도
6개월간 못 내서 명도소송이 들어와 쫓겨나기
직전이었다.) 방문하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순진한 호구들에게 사기를 치기 위한 초석이었던
것이다.
“이 바닥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을 땐 바로
내가 호구다”라는 명언을 잠시 잊은 대가로 나는
호구 중 하나가 되어 돈도 주고 일도 해주고
다른 먹이감도 낚아준 것이었다.
3부에서 계속…
권xx를 만나기 두어 달 전,
어느 날 금불상과 바스키아 그림을
가져온 안상x는 나에게 두 가지
예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릴 곳을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금불상의 가치는 20억을 훌쩍 넘으며
바스키아의 그림은 두 점이 있는데,
한 점당 10억까지는 아니어도 7~8억은
된다고 했다. 이미 이 사무실에 많은
치장들에 입이 쩍 벌어져 있던 나는
그 어떠한 의심도 못 한 채 안상x가 말하는
모든 부분을 자연스레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시 가장 가깝게 일을 보고 연락을 하던
선배에게 부탁드려 금불상과 그림을 담보로
총 5.5억 원의 자금을 융통해 주었다.
그러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안상x는
선배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하더니 잠수를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안xx를 보려고 성수동
사무실에 찾아온 선배를 피해 뒷문으로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5.5억 원은 안상x의 주머니에 들어간
채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피해를 본 원 주인
권xx와 나의 선배분, 그리고 나까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자리에 모였다.
안상x 불상과 바스키아의 원 주인 권xx는
위원장과는 오랜 형동생 사이라고 했다.
그리고 위원장이 실제로 운동권에서 대단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문 정권 때는 총선 때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사만 해도 수십억씩 돈을
거둬들였다고 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서
거둬들였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문 정권 시절이 그에게는 전성기였다고 했고,
이재명이 정권을 잡는다면 아마 그 전보다
더 큰 전성기가 올 거라고도 했다.
이 얘기를 들으며 위원장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전부 거짓이라고 생각하던 중 권xx는
분위기를 반전시켜
“이때까지만 해도 위원장이 참으로 큰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말로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시작은 금불상과 바스키아 그림에 대한 이야기부터였다.
안상x가 위원장을 통해 바스키아 그림과 금불상을
팔 수 있다고 하여 안상x에게 위탁판매 명분으로
전달했는데, 안상x가 위탁판매 예약된 것에 대한
계약금이라며 4천만 원만 준 채 두 달째 “판다”고
하면서도 판매 대금도 가져오지 않고, 그렇다고
불상도 가져오지 않아 앉아서 손해 본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림과 불상에 대해 도난이나
분실 신고를 해보려 했으나 본인이 직접 안상x에게
전달해준 것이라 그마저도 안 되고, 안상x를 사기나
횡령으로 고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고소를 해놓았다는 말과 함께. 권xx는 선배분이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소유권이
명확하게 이동한 상황이라 본인이 억지로 달라고
떼쓸 수는 없으니 다시 본인에게 같은 값을 주고 사고
싶다는 말까지 전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상황이 매우 이상했다. 물건의 원래 주인과 현 주인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 한쪽은 물건을 잃었고 다른
한쪽은 돈을 잃었다.
그리고 양쪽 모두 그 물건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권xx는 꽤나 훌륭한 달변가였다. 셋이 합쳐서
100마디를 했다면 아마 권xx 혼자 80마디는
한 듯했다.
안상x의 사무실에 있던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에
대한 스토리도 마치 미리 준비해놓은 것처럼 신나게
설명을 이어갔다. 권xx는 그 호박이 장 위원장의
부탁에 의해 본인이 가져다 놓은 것이며, 그 작품은
위작이라고 했다. 그리고 진품으로 알려진 호박 위작의
용도는 장 위원장의 횡령을 가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A장학재단에서 50억을 횡령한 장 위원장이
그 사실이 드러날 듯하자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평소
미술품 관련하여 관계가 깊던 권xx에게 전화를해 50억
가치의 미술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봤고,
그것에 대한 위작을 하나 가져와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 호박도 위작이지만 3천만 원에 사 온
것이었다. 장 위원장은 호박 그림을 하나 금고에
숨겨놓고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50억 원 횡령한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며, 호박 그림을
담보로 대여금이 나간 것이라고 꾸며놓은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상x의 사무실에 걸려 있던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또한 진품이 아닌 위작이며,
또 다른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 또한 위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그림들 역시 권xx가 구해준 것들이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모든 것이 거짓인 상황이었다.
위작으로 꾸며진 사무실에 (실상은 사무실 월세도
6개월간 못 내서 명도소송이 들어와 쫓겨나기
직전이었다.) 방문하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순진한 호구들에게 사기를 치기 위한 초석이었던
것이다.
“이 바닥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을 땐 바로
내가 호구다”라는 명언을 잠시 잊은 대가로 나는
호구 중 하나가 되어 돈도 주고 일도 해주고
다른 먹이감도 낚아준 것이었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