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정 204호

모험가.
2024-11-17
조회수 636

디딤에서 배운 삶의 태도

오늘, 마귀님께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의 호출을

받으셨다.

나 또한 그 자리에 참석했다.

피해자는 저스틴, 우리 스쿼드의 핵심 멤버다.

그렇기에 당연히 나는 함께해야 했다.

우리 스쿼드는 마귀와 관련된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지원사격에 나선다.

마린부대와 벙커만으로 즉각 전진하는 것이

우리 스쿼드의 방식이다.


디딤에 투자한 이후, 나는

투자를 업으로 삼아오며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경찰서에서 진술도 해보고,

법정 재판장에도 발을 들여봤다.

그동안 조용히 가치투자와 엔젤투자만 하며

송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조용히 돈을 축적만 하였었다.


그러나 2년 전, 디딤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이후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 우선 투자한 52억이 녹아내리눈중이고,

송사가 일상이 되었고, 매일같이 새로운 이슈들이

터진다.

때로는 우리가 공격을 감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마귀 측의 뻔뻔한 행동들에 대응하며

방어해야 한다.


디딤이 코너에 몰린 상황 속에서도,

나는 이 시간을 즐기려 노력한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 모두 종착지는 똑같다. 죽음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편이 낫지 않은가?


나는 이미 52억 원 가치의 경험을 하고 있다.

사기꾼들의 심리와 범죄 수법, 소시오패스의 패턴,

경영권 분쟁의 기술, 가치투자의 위대함, 투자관 정립,

최대주주 경험, 사내이사 경험, 회사 파산과 회생의

최종 단계를 매일같이 생생하게 경험 중이다.


내 자유와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는 이상,

나는 여전히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결국, 죄를 지으면 자유와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것을 법원에서 깨달았다 

자유와 시간, 이 두 가지보다 위대한 가치는 없다.



형사법정 204호

오늘 오전, 형사법정 204호에서

마귀의 재판이 진행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에 설렘과 호기심

가득했다.

법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인, 피해자, 피고인등

각자 어떤 역할을 하고,

법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마치 기업 탐방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은 언제나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

준다.

오늘의 경험도 기업 탐방처럼 흥미롭고 뜻 깊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의 법정 풍경

법원의 공기는 차가웠다.

시설은 굉장히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었으며,

곳곳에 경찰관들이 눈에 띄었다.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관들과 함께

구치소로 걸어가는 죄수들의 모습은

살벌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마치 영화 양들의 침의 한 장면 같았다.


마귀의 재판
마귀와 연관된 사람들이 재판장에 많이 모였다.

모두 피해를 현재 보고 있는 사람들 이었다. 

나, 저스틴, 방배동 2대 주주, 셀피주주연대,

그리고 F.I로 보이는 사람들과 언론사 기자까지.

하지만, 마귀의 편에 선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한때는 새벽집 식당에서 한우 등심을 함께 먹던

사람들은 정작 어려운 일이 닥치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다들 어디 계신가요? 


나는 재판장 앞에서 마귀를 기다리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마자 내 얼굴이 보이도록

일부러 엘레베이터 앞, 그 자리를 지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그는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5개월 만에 마주한 마귀의 모습은 쓸쓸하고 초조하며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많이 힘들어 보였다. 

성수동 똘만이들도, 디딤이나 셀피 경영진도,

볼트모트장도 아무도 그의 곁에 없었다.

결국, 그는 완전히 혼자였다.

204호 앞에는, 여의도 저승사자인 "나"뿐이었다.



법원 스케줄 표는 공항의 비행기 시간표를

떠올리게 했다.

시간대별로 다양한 재판들이 줄지어 있었고,

각기 다른 죄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법정에

서 있었다.

음주운전 사건부터 연구실 동료 간의 형사고소

사건, 사기사건등, 그 모든 형사소송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나는 민사와 형사 사건의 다름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이번 디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법정이 돌아가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판사님 포스가 엄청나셨다. 여성 판사님의 단호한

말투와 태도가 진짜 멋진 모습 이었다. 

마귀도 판사님 앞에서는 공손한 태도로 대답 하였다.


재판은 빠르게 끝났다.

마귀는 변호사를 선임 중이라고 몇 마디만 하고는

재판관의 명령에 따라 다음 기일로 연기되었다.

판사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귀는 뭐가 급한지

빠르게 재판장을 빠져 나갔다.


성수동 사무실에서의 여유 넘치는 모습과 

경영권 분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들은 없어졌다.

그 많던 로펌의 변호사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마귀의 곁에는 가족도, 동료도,

심지어 그토록 자랑하던 의리 넘치는  똘만이들

조차 없다는게 냉혹한 현실이었다.


자기 자신도 속이면서 살아가는모든 사파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 아무도 진실된 사람은

없고, 자기가 만들어 놓은 거짓된 세상속에 거짓된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세상속 법원에서 조차도

그아무도 없었다. 


법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다.

"법은 악을 바로잡을 수 있는 도구이며,
용기를 가진 자만이 이를 사용할 수 있다."

— 존 마셜 (John Marshall)


내가 지금 이곳에 서 있는 이유도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나는, 끝까지 용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에르메스의 그림자_Written by Shawn Kim